기거의 에이리언

 

 

 

 

GiGER'S ALIEN

기거의 에이리언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호기심으로 이렇게 묻곤 한다. '당신은 어떻게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죠?'라고. 나는 운이 참 좋았었다. 스페인의 카다크라는 도시에서 초현실주의 작가인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살았던, 동료 화가 밥 베노사는 내 카탈로그를 달리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 베노사는 내 작푿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직접 들었다고 했다. 달리는, 프랭크 헐버트의 공상과학 소설 3부작 '듄(Dune)'을 영화화 하려고 의도했던 제작자 알레한드로 조도르프스키에게 그 카탈로그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흔쾌히 동의했다. 베노사는 조도로프스키가 그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내게 전화를 걸어 얘기해 주었다. 이 말을 듣고서 나는 스페인으로 달려가기로 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안타깝게도 조도로프스키는 이미 그곳을 떠나고 없었다. 그 뒤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는 길에 나는 그저 궁금해서 조도로프스키의 사무실을 잠시 들르려 했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듄의 디자인을 내가 소화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취리히로 돌아온 나는 아이디어를 종이에 정리한 다음 그에게 전해주기 위해 다시 파리로 건너갔다. 조도르프스키는 내 작품과 다른 사람들의 작품까지도 떠맡을 수 있는 제작자를 물색하려고 미국에 갔다. 내가 그 사람을 두번 다시 만나지 못한 것으로 보아 그는 운이 없었던 것 같다. 내게 남겨진 것 이라고는 프로젝트에 대해 낙담하고 있었던 또 다른 친구의 주소뿐이었다. (그는 영화 에이리언'의 작가 댄 오배넌(DanO'Bannon)이었다. )

 

 

"2명의 여자, 5명의 남자 등 모두 7명의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화물선 노스트로모(Nostromo)호를 타고 지구로 귀환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도중에 그들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혹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 착륙하여 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3명의 대원이 정찰을 하기위해 나섰다. 곧 그들은 거대한 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갑자기 그들은 바위 사이에서 이상한 모양의 버려진 거대한 우주선을 발견한다. 이것을 조사할 목적으로 그들은 조종실에 발을 들여 놓는다. 마치 격납고처럼 큰 방의 중앙에는 조종사의 의자로 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인간의 것이 아닌 생물체의 해골이 놓여 있었다. 그들은, 이 유골이 우주선의 함장의 것이며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 상태로 미루어 보아 괴이한 죽음을 당했다고 단정짓는다. 

 

 

다른 생명체나 유골을 발견하지 못한 그들은 이곳에서 벗어나 잠시후 반쯤 무너진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들을 보게 된다. 그들이 조금전에 보았던 것에 대한 단서를 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들은 피라미드 중에서도 가장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곳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곳의 출구는 꼭대기에 있었다. 그들 중 한명(케인)이 로프를 타고 내려가서 피라미드 내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밧줄을 밑으로 내렸다. 신기하리만큼 이 혹성의 대기상태는 지구와 똑같았기 때문에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가는 우주비행사는 헬멧을 벗어서 꼭대기에 두?가기로 했다. 회중전등과 무전기를 휴대하고서 그는 밧줄을 타고 내려갔다 습하고 뜨거운 수증기가 주변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바닥에 다다랐다. 회중전등의 빛으로는 알 수 없는,신비로운 모양의 상형문자가 적혀져 있는 벽이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바닥에서 그는 마치 캡슬 혹은 알같이 생긴 이상한 물체를 발견한다.

 

 

케인은 이 모든 사실을 꼭대기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에게 무전기를 통해 알려준다. 조심스럽게 한 알에 다가가 그것을 만져 본다. 갑자기 알 뚜껑이 열리면서 징그럽게 생긴 생물체가 튀어나와, 놀라 어쩔줄 모르는 비행사의 목에 튜브같은 꼬리를 감아버린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기자 위에 있던 동료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얼마동안이나 밑에서 어떤 생명체의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자 그들은 동료를 끌어올리기로 결정한다. 끌어올려진 그를 모두 보았을 때 동료들은 공포에 질렸을 의식불명인 이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된다. 그들은 얼굴에 달라붙어 있는 역겨운 생물체를 떼어낼 수가 없어서 자신들의 우주화물선으로 데려온다. 승무원들은 그를 수술실로 옮긴 후 X레이를 찍어본다. 마치 튜브같이 생긴 입이 그의 허파에 까지 들어가 있음을 이들은 알게 된다. 튜브같은 그 주둥이는 누워있는 이 동료의 세포를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게 했다. 이제 메스로써 그 흉측한 것을 떼어내 보려고 시도한다. 메스로 생물체의 손가락같이 생긴 관절을 자르려 하자, 산(acid) 성분의 노란색 액체가 그 부위에서 튀어나와 순식간에 테이블과 바닥을 녹이기 시작한다. 얼마 뒤 테이블에 누워있던 동료를 다시 승무원들이 찾아가자, 얼굴 위에 있던 생물체가 없어져 버렸다. 그 물체는 바닥에 나굴어 있었다. 케인을 다시 살아났으나 아무런 기억도,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약 3주가 지난 어느날, 저녁 식사 도중에 무시무시한 일이 생겼다. 괴물체에게 공격을 당했던 케인이 갑자기 고통스러워하며 미친사람처럼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다른 동료들이 그를 붙잡고서 진정시키려 하자, 갑자기 그외 T셔츠가 피로 물들면서 역겨운 괴물이 그의 가슴을 찢고서 밖으로 튀어 나왔다. 피로 범벅된 머리와 웅크린 듯한 생물체였다. 작고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 채워진 그것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 괴물은 맞은편의 탁자를 향해 번개처럼 달아났다. 경악해 버린 승무원들이 이제 물리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에이리언 2인 '체스터 버스터'는 미로와도 같은 통로사이로 사라진지 오래다. 이어서 이 괴물은 공포와 죽음을 몰고 오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자라난다. "

 

 

이상이 댄 오배넌의 노트에서 발췌한 대략적인 이야기다. 영화 '에이리언'의 제작에 참여하면서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초기에 나를 지탱해 주던 열정은 막바지에 이르러 무기력함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모험에 대한 이상한 힘에 이끌려 취리히로 돌아온 다음부터, 나는 이 에이리언에 대한 스케치를 신들린듯 해 나갔다. 열정에 사로잡혔던 그 몇달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나는 결코 작업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와같은 그림을 그리는 작업으로 인해 나는 영국에 머무르는 동안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었던 내 원래의 작업 스타일을 되찾을 수 있었다.

 

 

 

 Alien III, front view (version 3), 70 x 100cm
 

 

 

 

 Alien III, side view (version 3), 140 x 100cm

 
 
 
 
 
 
 
 

 

 

 

 

1980년 5월 14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아카데미상의 수상자들이 차례대로 거명되고 있는 동안 우리는 팜플렛을 통해서 이제는 '시각 효과상'을 패러 포셋이 발표할 차례라는 걸 알았다. 나는 그녀가 무대에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그곳에 있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도 기다리던 순간이 이제 왔다. 그려 옆에 서 있는 한 남자는 2개의 트로피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 트로피로 인해 나는 기거가 그린 어떤 드로잉이 갑자기 머리 속에 스쳐지나갔다. 예감이 꽤 좋았다. 그때 가슴조리는 말이 이어졌다. "수상후보자는..."(효과를 위해 잠시 멈춘다.)"H.R.기거". 미국발음으로는 '기거'라고 하지않고 '가이거 계수관(Geiger Gounter)'이란 말과 같이 '가이거'라고 불리워진다. 계속해서 리듬을 타고 후보자들의 이름이 호명된다. "카를로 램발디, 브라이언 존슨, 닉 알더, 데니스 에일링. 이상은 영화 에이리언의 제작팀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네편의 다른 영화들에 관한 후보자들이 호명되었다. 그 다음의 몇 초가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마침내 주문과도 같은 말이 이어졌다. "수상자는..." 그녀는 천천히 봉투를 뜯더니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에이리언의 H.R.기거팀입니다." 그는 마치 독거미에 물린 것처럼 깜짝 놀라 일어섰다. 당장에라도 무대 위로 뛰어갈 기세였다. 나도 내 자신을 추스릴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간신히 기거를 진정시켰다 드디어 동료들과 함께 무대 위에 올랐다. 카를로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여서 내가 팔꿈치로 치고 나서야 제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너무나 기뻐했다. 카를로는 연신 자신의 트로피를 만져봤고 기거 역시 '감사합니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브라이언 존슨이 대표로 리들리 스콧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찰튼 헤스턴이 기거와 악수를 할때 나는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기거는 자신의 아버지가 영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쇼"를 보게끔 해준 이래로 찰튼 헤스턴을 무척 존경하고 있었다. 벅찬 가슴을 참을 길이 없었다. 행복해 하는 다섯명의 수상자들은 이내 기자들과 사진기자들에게 둘러싸이게 됐다.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수상을 하지못한 사람들의 서운해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너무나 기뻐서 나는 그들을 위로조차 해주지 못했다. 무대 위에서는 연설과 노래, 댄싱, 아카데미상 수여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기거가 무슨 실수나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기거가 조금은 지쳤으나 정열적인 모습으로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한팔에 안고 다시 나타났을 때 나는 그제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이렇게 1980년 아카데미상이 수여되었다. 손님들은 주지사의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회장을 떠났다. 사람들은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볼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기거는 다소 당황한 듯 팜플렛으로 트로피를 감싸서 숨겼지만 그들은 여전히 "오스카! 오스카!"를 큰 소리로 외쳐댔다. 그래서 그는 다시 수줍어 하며 그 조그마한 영광의 트로피를 다시금 꺼내 들어야 했고, 우리는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기분으로 레드카펫을 따라 대회장을 걸어나갔다.

 - 미아 본지니고 

   

 

 

 

 

 

 

"왜 [에이리언2]에 참여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기거는 "아무도 나를 부른 사람이 없었다."고 답한다. "정말 그랬다. 신문에 무엇이 쓰여 있건간에 나는 에이리언 속편에 관한 얘기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감독인 리들리 스콧 조차도 기용되지 않았다. 아마 제작비 때문이었을것이다. 나는 항상 퀄리티가 높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헐리우드에서는 1편보다 속편에 돈을 덜 쓰는게 일반화 돼 있는 것 같다.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나는 [폴터가이스트2]보다는 [에이리언2]를 선택했을 것이다."

에이리언을 찍고 어째서 7년동안 아무일도 없었는가? "스위스에 살고 있었을 때 영화계 사람들과의 접촉이 별로 없었다. 그런 일이라면 LA에 머물렀을 때가 더욱 유리했을 법하다. 게다가 내가 그들에게 편지 연락조차도, 전화번호의 기재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도 문제는 있다. 그때는 내 메니저 조차도 내 소재지를 모르고 있었다." 기거는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책임이 더 크다고 인정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모두 있게 마련이다.
"에이리언 이후 영화 작업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나는 화가이고 싶었다. 한 사람이 그림과 영화 촬영을 동시에 할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영화작업을 하자마자 공적인 입장에서는 화가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실이다. 내 작품이 예술작품일 때 조차, 그것이 영화에 사용되면 본래 예술과는 무관해지고 만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달리 해석되고 변형되기 때문이다."
의식없는 사람들 중에는 기걱의 디자인을 모방하거나 도용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작업하지 않은 속편 영화에서 내 디자인을 모방한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급기야는 '기거레스크(기거와 같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지경에 이르렀다."
기거는 자신의 예술에 더욱 정진해야 했다. "왜냐하면 스위스에서 화가로서 인정받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화가"라는 말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여기서 화가가 되기란 현실적으로 참 어렵다. 이곳 사람들에게, 화가는 항상 술마시는 술꾼쯤으로 비쳐질 뿐이다. 이것이 나의 아버지께서, 내가 '평범한' 직업을 갖도록 교육받아야 한다고 항상 주장하신 이유다."

 

 

Articles from the book 'GIGER'S ALIEN' (1979)

'H.R.GIGER'S BIOMECHANICS'

 

 

 

 

 

 

 

 에이리언의 아버지 H.R.기거를 추모하며...

 

 

 

 

 

 

 

 

Long Live Beautiful Cr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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